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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상자/베스트셀러 리뷰

[책 리뷰] 그림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후기

by 딥박스 2020. 2. 26.

3년 연속 베스트셀러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3년 동안 안 사고 있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선반 위에 있는 책들은 우선 정이 안 가기도 하지만

제목만 보고 너무나 뻔한 이야기일 것 같아서 몇 번 펼쳐보고 구매하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마음의 숲' 책들은 말랑말랑 감성을 기반으로 공감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책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성 작가분들의 책을 주로 출간하고 있고,

책의 내용도 철저히 2030 여성 독자를 위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솔직히 책의 방향성과 컨셉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자 목표이기 때문에 돈 되는 이야기는 다 다루는

잡식형 출판사보다 훨씬 색깔이 뚜렷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마음의 숲 책 중에 단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김수현 작가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의 제목만 봐도 주로 다룰 내용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방법, 나를 사랑하는 방법,

소소한 일상의 행복 즐기기 등이겠구나 예상은 했는데 실제 내용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읽다보니 주제는 뻔해도, 내용은 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인상은 별로지만, 볼수록 좋은 책이었어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좋았던 이유

 

1. 깔끔한 문체

 

우선 김수현 작가의 문체는 디자이너 출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에디터의 능력이 더해졌겠지만, 책을 읽을 때 문장의 흐름이 끊기거나 어색한 문장 구조가

전혀 없었습니다. 대학교까지 10년을 이과로 살아온 저에게는 부족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비결은 아마 김수현 작가가 다독가가 아닐까 싶어요.

책에는 다른 책의 인용 문구와 전문가의 견해를 참조한 내용이 다수 등장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전문 칼럼과 인문학 책을 상당히 많이 섭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확실히 술술 잘 읽히는 책은 베스트셀러의 기본 덕목인 것 같습니다.

 

때로는 비속어나 은어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한다

 

2. 뚜렷한 메시지

 

책의 표지를 살펴보면 '냉담한 현실에서 어른살이를 위한 to do list'라고 적혀있습니다.

이는 곧 책의 주제를 말합니다. 단순히 위로를 위한 공감가는 이야기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해야할 일들을 명확히 전달하겠다'는 작가의 의지와 의도가 엿보입니다.

 

책의 구성 역시 'to do list'라는 통일된 컨셉으로 구성했습니다.

Part 1.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Part 2.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Part 3. 불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한 to do list

Part 4. 함께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Part 5.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Part 6. 좋은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to do list

 

 

각 파트마다 조금씩 겹치는 부분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각 파트에 맞는 이야기들이 잘 분배되어 있고

'나다운 나를 확립시키고,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삶을 살자'라는 흐름이 명확해서

인덱스가 안정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미 있는 삶과 나은 세상 이야기를 먼저 한 이후에 나에 대한 자존감을 얘기했다면

순서가 맞지 않았을 것 같아요.

 

책의 내용들이 중구난방으로 튀지 않아서 몰입하기 좋았습니다.

 

3. 이성적인 에세이

 

요즘 에세이 베스트셀러의 주된 이야기는 감성에 치우쳐있습니다.

독자의 마음을 감성 터치하는데 주력하다보니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경우도 많고

억지 감성을 쥐어짜내서 글이 조잡하고 오글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매우 담백하고 이성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아스라히', '스치듯', '읊조리다'와 같은 오글거리는 감성 단어들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어조로 풀이하고 해답을 낸다.

'나도 잘 모르겠다'로 끝나는 무책임한 글이 단 한 곳도 없다.

 

게다가 작가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가끔은 신선해서 흥미를 유발한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오류를 찝어낸 것만으로도 큰 박수를 보낸다.

이 에피소드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논리와 감성의 완벽한 비율

 

 

이 책에서 아쉬웠던 부분

이 책을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조건 추천이다.

작가의 깊은 고찰과 명쾌한 해답에 매료되기도 하고,

깊은 설득력에 나의 고집과 나쁜 버릇들에 대해 자각하고 반성하게 한다.

 

다만 아쉬웠던 점이 딱 하나가 있다. 이 책에는 인용이 지나치게 많다.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논지에 대한 근거를 강화하기 위해

'알렝드 보통'을 끌고 들어오니, 독자에게 반박의 빈틈 따위를 허락하지 않는다.

 

'정신의학박사 xxx 교수님 말에 의하면'

'서은국 박사의 '행복의 기원' 책에는'

 

조금씩 사용하면 신뢰도를 높이고, 메시지를 강하게 하는 좋은 소스가 되지만

상당수 에피소드에 이런 인용을 짧게짧게 사용하다보니

거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일종의 반칙성 플레이 같이 느껴졌다.

 

에세이는 자신을 보여주는 장르이기에 남의 이야기, 유명 인사의 발언,

전문가의 고증 등이 많아질수록 순도가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 책의 좋은 점을 가릴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격은 13,800원이며, 290p의 분량이다.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라면 김수현 작가의 책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방법, 책의 구성, 담백한 문체, 중간중간 재미를 더하는 비유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