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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상자/1인 출판사

[출판 이야기] 인문학을 왜 읽어야하는가

by 딥박스 2020. 2. 26.

카피라이터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했던 박웅현 카피라이터는

늘 인문학을 강조했습니다.

 

카피라이터 준비를 하면서 인문학 인문학 마음에 새기기도 했지만

정작 공모전 준비하고, 술 먹고, 자고, 정신없이 일하며 노느라

인문학적 소양을 쌓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글을 쓰면서 글감과 소재의 벽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어떨 때는 지금 내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 긴 이야기를 인문학적 소양이 있었다면

단 몇 줄로 쉽게 설명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어떤 주제와 연관된 고찰을 할 때 더 깊은 곳까지 닿지 못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수영장 바닥에 반짝이는 보석이 있는데, 그곳까지 닿을 수 없는

부족한 폐활량과 형편 없는 수영 실력을 체감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박웅현 카피라이터가 강조했던 장르,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의

기초 체력과도 같은 인문학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읽지 않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알고 있는 걸까요?

 

인문학이란?

우리가 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인문학 영역이 굉장히 광범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회법 규정에 의하면 언어, 언어학, 문학, 철학, 정치, 법률, 역사, 고고학, 예술사, 예술 이론, 비평 그리고

그 외 인간을 주제로 하는 학문이 모두 포함됩니다. 가장 핵심적 정의는 결국 인간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통계학과 전공자로서, 통계는 인간에게서 얻은 숫자이기 때문에 수학과 인문학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인문학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보다, 인문학이 아닌 걸 찾는 것이 아마 더 빠를 겁니다.

참고로 인문학에 포함되지 않는 학문은 대표적으로 자연과학이 있습니다.

 

아카데미시절부터 다루던 내용들이 인문학입니다.

 

에세이 작가가 인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요리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면 무엇부터 배워야할까요?

집에서 나혼자 먹을 음식을 만든다면,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얻은 정보로

재료를 구입하고 레시피를 있는 그대로 따라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면

음식의 기초 단위가 되는 채소, 고기, 쌀 등 재료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좋은 채소 고르는 방법, 신선한 고기 고르는 방법 등 선별작업부터

각 재료의 영양학적인 조화를 공부하고, 조리 방법에 따른 맛의 변화에 대한 데이터를 

모을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우니 요리학원의 힘을 빌리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마 요리 전문 서적과 유튜브를 참고할 것 같습니다.

 

인간은 다 닮았고, 사람은 다 다릅니다.

 

우리가 '공감'이 생명인 에세이를 쓰고 있다면, 에세이의 재료가 되는 우리에 대한 자료를 모아야 합니다.

독자와 작가는 똑같은 세상을 살아가고, 작가는 독자에게 나라는 작은 세상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나라는 세계를 잘 표현해줄 원천 기술(글쓰기 기술)도 중요하지만,

나를 구성하는 원자재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필요합니다. 

 

'화'라는 감정을 다루는 에세이를 쓰더라도

인간의 화는 어디로부터 오며, 어떤 신경 물질이 생성되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인류의 역사 중 화와 관련된 가장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는 무엇이 있는가. 그로 인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등등을 저자가 알고 있다면

그가 쓰는 화에 대한 에세이의 깊이는 얼마나 깊어질까요.

 

그로 인해 독자는 화에 대한 에세이 한 권에서 더 풍부한 정보를 얻고, 더 많은 소회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제 첫 책에서는 단순히 화가 나는 에피소드를 담았기 때문에

스낵 콘텐츠로써 제 역할은 다했지만, 책 한 권을 통해 화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고찰, 또는 독자에게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의 본질적인 역할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좋은 에세이를 위해서, 최고의 재료인 인문학을 꼭 읽어 놓으세요.

나중에 몰아서 보기엔 너무 광범위하고 어렵고, 솔직히 재미가 없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인문학 저자들은 지식인들이 대부분이라 각 잡고 읽어야 하는 게 좀 아쉽습니다.

 

조만간 인문학 도서를 읽고, 그에 대한 리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