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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상자/1인 출판사

[독립출판] 작가들이 독립서점에 서운할 때 Best 3

by 딥박스 2020. 2. 26.

이 블로그는 유입량이 매우 적다.

우리 바쁘신 독립서점 사장님들은 내 블로그에 절대 방문할 일이 없다는 확신으로

조금은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018년 1월 처음 독립출판에 입문하여, 2020년 1월 두 번 째 책도 독립출판으로 출간했다.

2년의 공백 동안 나는 독립출판에서 잠시 멀어져 있던 터라 2년 만에 다시 입점하면서

몇 가지 달라진 점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독립서점의 공기와 체감되는 온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처음에는 오랜 공백 때문에 느끼는 단순한 낯설음인가 싶었는데, 한 달여가 지나니

확실히 나는 서운했던 게 맞다.

 

너무 많이 적으면 내 책이 반품처리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딱 3가지만 얘기하겠다.

 

 

작가가 독립서점에게 서운할 때 Best 3

 

1. 방문 입고할 때 너무 안 반가워한다.

 

이번 신간이 나오면서 다짐했다. 2년 전에는 이메일로만 독립서점과 소통했지만, 이번에는 틈틈이 직접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면서 친분을 쌓아가겠다고 말이다. 내 기준에서는 친분이란 같이 술을 먹고 밥을 먹고 하는 것들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알고, 이 책을 만든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이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이 사람이구나 정도의

안면 인식 수준을 말한다. 얼굴이라도 알면 나중에 마켓에서 만나도 반갑게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될 테니까.

 

낯을 많이 가리는 나에게는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다짐이었고, 실제로 몇몇 서점에는 직접 책을 들고 갔다.

이메일로 입고 거절한 서점은 서로 불편할 것 같고, 답장이 오지 않거나, 그나마 일면식이 있는 서점, 내 첫 책을 기억해주는 고마운 서점 등이 있었다. 아 그리고 반드시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서점...

 

방문한 몇 곳의 서점에서는 보통의 인사를 주고 받고 적당히 불편한 기분으로 잘 마무리했는데

3군데 정도에서 받은 느낌은 '불편하게 왜 왔지?'하는 분위기를 느꼈다.

 

"신간 샘플 드릴 겸, 인사도 드릴 겸 왔습니다.

 편하게 읽어보시구 나중에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이 문장에 불편한 요소가 있을까?

어떤 독립서점에서는 구성원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는데 벌레를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처럼 생긴 사람을 싫어하나 싶을 정도의 표정이었는데, 순간 너무 난처한 상황이라

"왜 표정을 구기세요?"라고 물어볼 뻔했다.

 

다른 두 곳에서는

"아...네..." 하고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내가 인사했다고, 기립하고 경례를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먼 길 찾아온 사람이고, 작가 이전에 손님인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모든 독립서점이 그런 건 절대 아니지만

몇몇 서점에서는 기본적인 예의에 어긋나는 상황을 겪어서 그런지 다신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

신기하게 이 3곳은 내 책의 판매량이 가장 낮은 곳들이다.

 

당신이 작가라면 생각보다 사장님들이 안 반겨줄 수 있다. 이 점을 꼭 기억해라.

당신에게는 1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일이지만 그들에겐 매일 숱하게 벌어지는 일이고,

1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사람이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걸 수도 있다.

 

더불어 독립서점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책의 입고를 거절할 경우를 대비해 작가에게 일부러 좀 차갑게 대한다고 한다.

 

입고 거절을 대비한다면 오히려 더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절 당할 수도 있는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미소는 띄지 못하더라도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등의 기본 예의는 지켜주면 좋겠다.

 

 

2. 업무 처리가 너무 늦다.

 

입고 메일을 넣는데 50일이 지나서 답장이 온 케이스가 있다.

이건 정말 특수한 경우니까 차치하고, 평균적으로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입고 문의가 수십 건씩 들어오고, 그 책에 대한 검토 시간이 있으니

사실 일주일이 대수인가. 몇 주라도 기다릴 수 있다. 

 

다만 입고 문의 메일을 보내고

빠르면 당일, 다음날, 늦어도 이틀 뒤에 답장을 주는 독립서점은

다른 서점보다 덜 바쁜지, 다른 입고 문의가 안 들어오는지 의문이다.

 

입고 여부와 상관없이 빠르게 답장을 주는 독립서점 사장님들에게는 정말 너무 감사하다.

기다림이라는 고통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해주고, 재입고에 대한 상상까지 선물해준다.

 

입고 거절 메일이라도 신속하게 답장이 오면 빠르게 다른 서점을 알아보거나,

기대를 접을 수 있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입고하고 나서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스토어에 업로드 되는 속도가 

2년 전보다 훨씬 느려졌다.

2년 전에는 입고되자마자 신간 소식을 알리고 온라인 스토어에 광속으로 업로드 됐다.

어떤 곳은 내가 발송하는 중에 미리 업로드를 해놓고 Sold Out 표시를 해놓기도 했다.

 

지금은 책이 잘 도착해도 연락도 오지 않고, 온라인 스토어에는 최소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곳이 많고, 인스타에는 2주 이상, 한 달 정도 걸리는 곳도 부지기수다.

 

예전에는 매일 꾸준히 신간 소식을 올리고, 신간이 도착할 때마다 등록작업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 특정 요일에 몰아서 하는 것 같다.

 

서점은 편하겠지만, 책을 보낸 작가 입장과 신간을 기다리는 손님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처음부터 그랬다면 원래의 성향이지만

2년 전의 그 다이나믹함, 이 문화에 대한 열정, 작가와 독자에 대한 진정성 등이 많이

무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와 독자처럼 가끔 가끔 그 문화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매일 그 공간을 지키고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모를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매일 똑같은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도 인디문화를 지향하며, 일러스트 작가들의 굿즈를 파는 디자인 굿즈샵을

1년 이상 운영해봤기 때문에 나름의 고충을 알고 있다.

그리고 왜 하루에 몰아서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솔직히 귀찮아서다.

 

처음에는 열심히했는데, 매일의 열심히가 당장의 수익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대충해도 지금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요령으로 운영되는 서점이 늘은 것 같다. 단골도 꽤나 많아지고 느림의 미학과 여유로움이

가득한 공간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게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단골도, 손님도, 작가도, 수익도 모두 잃게 되는 순간이 오더라.

 

작가도 참신한 주제, 양질의 콘텐츠로 가득한 좋은 책을 많이 만들어야겠지만

그 책을 정말 열심히 판매해 줄 독립서점이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고 있어야 힘을 낼 수 있다.

독립출판 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문화에서 느껴지던 특유의 에너지를 조금씩

잃어가는 것 같아서, 언젠가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옛날처럼 서로 파이팅을 외쳐주고, 서로의 자립을 응원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우린 서로 바빠져야 한다.

 

특히 책 솔드아웃일 때는 제발 재입고문의 빨리 좀 해주시면 좋겠다.

하루하루 한 권 한 권을 서로가 아쉬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성의 없는 책 소개

 

독립서점의 매력은 각 서점들이 모두 다르게 생겼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독특한 분위기와 컨셉으로 공간을 꾸미고, 비슷한 듯 다른 책으로 서점을 채운다.

 

독자와 손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각 서점의 개성과 큐레이션 방향을 지지하고

구매 등을 통해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각 서점만의 큐레이션 방향이 있는지 의문이다.

독립출판 콘텐츠야 한정적이니 서점마다 다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들인 이유가 단순히 '잘 팔릴 것 같아서'라면 기성 출판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되묻고 싶다.

 

대부분의 서점은 작가가 소개한 책의 소개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다.

이 점이 상당히 아쉬운데,

2년 전 사장님들이 손수 정성스럽게 남겨주던 간단한 후기와 소감이

적힌 소개글이 너무 그립다. 

 

작가의 책 소개글은 정확하면서 가장 부정확한 리뷰라고 생각한다.

자기 책을 객관화 하기 어렵기도 하고, 자기가 생각하는 책의 매력과

독자 입장에서 좋은 포인트가 서로 다를 수 있다.

 

무엇보다 사장님들의 리뷰는 책과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니 만큼

내공이 느껴지고, 그 자체로 살아있는 리뷰가 된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의 서점이 내가 쓴 소개글 그대로를 첨부한다.

 

더불어 소개글을 복붙하지 않더라도, 실망스러운 경우가 있는데

모 독립서점에서 내 책을 소개하면서 첫 책에 대한 소개만 늘어놓은 적이 있다.

첫 책 잘 팔렸었는데, 이 책도 재밌다. 3~4줄 되는 짧은 소개글 중 2줄이 첫 책 얘기였다.

나름 마케팅 포인트를 찝어주신건가 싶었지만, 찍어올린 사진을 보니

내 320개의 에피소드 중 선별했다고 보기 어려운 페이지 2개가 찍혀 올라갔다.

 

솔직히 책 안 읽고, 대충 펼쳐진대로 찍어서 올리고, 억지로 소개글 올린 티가

너무 많이 났다. 게다가 책의 제목도 오타가 났다. 해시태그에도 오타가 났다.

서운함을 넘어서 화가 났다.

 

서점 입장에서는 오늘 올려야할 책이 5~ 10개나 있으니 빨리 헤치우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그 서점의 손님들에게 첫 인사를 드리는 자리다.

서점은 그 자리를 잘 꾸며줘야할 책임이 있다.

작가는 서점에 책을 팔아주세요 구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당신의 서점이라면 믿고 책을 맡기겠습니다.'라는 마음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어떤 소개글에서는 어떤 작가의 책을 소개하면서

'제법 흥미롭습니다', '제법 잘 구성했어요' 라는 표현까지 봤다.

제법이라는 말의 늬앙스를 구분 못하는 독립출판 관계자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실격이라 생각한다.

얼마나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제법'이라는 평가를 소개글로 혼돈할까.

 

초심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초심의 반대로 가는 건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

 

 

위의 3가지에 해당되지 않는 독립서점이 훨씬 많다.

그리고 내 책을 입고해주고, 많이 알려주시는 사장님들께 매일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낀다.

그 분들에게 내 책이 조금이라도 더 잘 팔려서 서점 운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근데 3군데 정도는 지금 재입고 거절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나쁜 감정과 서운함은 이 게시글을 통해 풀고,

최선을 다해주는 독립서점과 사장님들에게 더 진심 감사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