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계약] 작가 입장에서 주의해야할 사항 - Part 2

지난 시간에 이어 출판사 계약할 때 주의할 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신인 작가의 경우, 첫 책인 경우 아무래도 작가 입장에서는 출판사가 갑으로 느껴지고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고, 여러모로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무조건 예스맨이 되기 마련인데, 원활한 계약 진행을 위해 어느 정도 숙이고 들어가더라도

몇 가지는 꼭 꼼꼼히 체크하셔야 책이 나와도 별 탈 없이 작가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가로서 베스트셀러 1권을 내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 베스트셀러 1권이 꼭 지금이어야 한다는 조급함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초조함은

판단력을 흐리게 합니다. 작가 활동 길게 보시고 심호흡 한 번 하시고 다음 내용을 천천히 읽어주세요.

 

책을 고르는 것처럼 출판사도 천천히 고르세요

 

 

1. 계약 파기 시 작가를 보호하는 항목이 있는지 확인하자.

 

저의 경우 업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대형 출판사와 계약서 싸인까지 하고

원고까지 마무리된 상태에서 출간 두 달을 앞두고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담당 에디터의 개인 사정으로 갑작스런 퇴사가 결정되었고, 이에 그 에디터가 담당하던 제 책 역시

출간 취소가 되었습니다.

 

초창기 미팅 당시 그들이 자랑하던 1인 1북 매니지먼트라는 시스템이 출간 취소의 사유가 되었습니다.

내부 경영 방침이기 때문에 에디터들끼리 책을 인수인계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솔직히 다른 에디터 입장에서 잘 되어도 남의 공이고, 안 되면 독박쓰니 거부하는 게 이해가 됐습니다.

그렇게 에디터는 홀연히 퇴사를 했고, 제 책은 세상 빛도 못 보고 사라졌습니다.

 

아참, 한 가지 더 남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계약 당시 받았던 계약금 100만원이었습니다.

책 출간 후 첫 정산금액에서 100만원을 미리 선입금해주는 선인세 개념이었습니다.

즉, 출판사의 계약 파기 시 작가는 계약금 1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1년간 사력을 다해 원고 집필한 창작의 고통에 비하면 정말 종이 쪼가리 수준이지만

 

계약 경험이 없으시더라도, 계약금이 얼마인지, 최소 100만원 이상인지 잘 살펴보세요.

100만원도 부족하지만, 그 이하의 금액이라면 지나치게 적은 감이 있습니다.

 

더불어 출판사의 일방적 계약 파기 시 작가를 보호해 줄 명목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예를 들면, 출판사는 작가와 계약한 책을 ㅁㅁ년 ㅇㅇ월까지 출간을 이행한다. 계약 불이행시

작가에게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한다. 등의 조항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이와 관련된 사항을

미팅 때 만난 에디터에게 꼭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에디터의 퇴사 시 당신의 책은 누가 담당하게 되는지 내부 규정을 꼭 확인하시고,

가능하다면 계약서 상에 특약으로 명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계약서 없이는 그 어떤 작업도 진행하지 말자

그렇게 원고와 퇴고를 반복하길 1년이었고, 그 중간에 미팅을 통해 일러스트 작업까지 거의 90% 진행된

상태에서 제 모든 노력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제 슬픔이야 제가 감당하면 그만이지만

일러스트 작업을 해준 일러스트레이터 형에게 정말 많이 미안했습니다.

일러스트 계약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에디터의 구두 협의로만 일을 진행했다가 망한 케이스입니다.

총 80컷 이상의 그림을 그렸고, 당초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300만원 계약 구두로 협의된 상태였습니다.

출간 일정이 빠듯하니 미리 그림작업을 해야겠다는 에디터 말만 듣고 한 달 동안 일러스트레이터 형이 힘들게

작업했는데, 그림이 완료된 달에 출간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일러스트 작업 관련 계약서가 없었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문제가 될 게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참 바보 같았습니다. 개인사업자 경력이

없던 것도 아닌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과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느낀 미안함을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제가 초조하고 조급했던 것입니다.

제 사비로 인권비를 지불했지만, 결국 약속했던 300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저와 같은 작업실을 공유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의 원활한 협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출판사 측과 저 모두 동의한 상태에서 지인과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대개 출판사가 일러스트레이터를 직접 섭외하는 경우가 많으니 저와 같은 일이 흔하게 발생하진 않겠지만

아무쪼록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작업 및 추가 활동 등은 무조건 보류하시고, 계약 이후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구두와 이메일 다 필요없고, 계약서로만 계약하세요

 

 

3. 초판 발행 부수를 확인하자.

 

대부분의 출판사는 이미 작가의 인지도와 예상 기대치, 소위 말하는 급에 따라서 계약 가이드가 정해져 있을 겁니다.

무명의 작가의 책은 유명 작가의 책보다 초판 발행 부수가 당연히 적겠죠. 출판사가 처음부터 무리하진 않을 겁니다.

판매 추이를 보고 중쇄를 결정하게 될 텐데, 계약 초기에 이 부분을 한 번 확인해두는 게 좋습니다.

 

최소 500권 ~ 2000권 사이인데, 이 판매부수를 확인하면 출판사에서 실제로 생각하는 내 책의 중요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초판부수가 1000권 이하라고 할 때는 계약 전 에디터에게

향후 마케팅 플랜이나 구상 중인 책의 방향과 포지셔닝 등을 꼼꼼하게 물어보고 확인하세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만드는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 에디터는 아니겠지만

열정적인 신인 작가들의 영혼을 갈아넣고, 정작 자신은 다른 유명 작가의 책만 신경쓰면서

얻어걸리기만 기다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4. 인세는 6% ~ 12%

저의 경우 신인 작가는 8%, 두번 째 책부터는 10% 인세 동일적용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10% 인세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하는데, 아마 선인세 계약금이 아닌

쌩으로 주는 계약금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소 몇 천 만원은 받고 시작할 것 같습니다.

 

에디터와 미팅 시 최종 책의 볼륨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10,000원 짜리 책에 인세 6%면 1권 당 600원 받습니다. 게다가 초판 300~500권만 만든다 하면

개인적으로는 그냥 독립출판 하시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콘텐츠에 자신 있으시면, 독립출판으로 직접 책 완성하고 판매해보세요. 

이슈가 되면 좋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겁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인세보다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책 볼륨에 따라 다르지만 500권 만드는데 제작비 100만원 대입니다. 

제가 388p 1,000권 만드는데 인쇄소 제작비만 300만원 살짝 넘게 들었습니다.

디자인을 본인이 직접한다면 (인디자인 무료로 쉽게 배울 수 있는 경로가 많습니다.) 책값 1만원 기준 

독립서점 수수료 30% 빼면 1권 당 7,000원 정도 남습니다. 물론 택배 및 개인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점이 있지만 적어도 600원 인세 받는 책 12권 팔아야하는 것과 독립출판으로 1권 팔리는 것.

무엇이 더 어려울지 고민해보세요. 저는 후자를 직접 진행하는 입장에서 독립출판 1권 판매할 때의

보람은 물론이고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애매한 출판사의 코딱지만한 인세를 생각하면 

직접 출판해보시는 것이 훨씬 값지고 의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5. 자비 출판인지 확인하자.

미팅을 잡고 만났더니, 이런저런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 글과 작업에 대한 굉장한 칭찬을 늘어놓고 당신 역시 처음 접해보는 칭찬과 관심이라 즐겁게 대화를 나눕니다. 

그렇게 계약서를 내밀 때쯤 쓱 돈 얘기를 합니다. 

500권, 1,000권 기준 제작비를 말한다면 바로 나오세요. 자비 출판사 영업입니다.

자비 출판이란 책의 제작비와 관련 인건비를 모두 작가가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자기 돈으로 책 내는 겁니다.

대부분의 자비 출판사가 특히 에세이 칸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걸 본적은 없네요.

개인적으는 제작에만 치중하고, 마케팅 적인 부분에서 소홀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비출판 역시 꼭 필요한 출판분야라 생각듭니다.

책을 내고 싶은데 디자인도 못하고, 마땅히 아는 사람도 없는 순수히 글만 쓰는 분들과

심지어 글도 못쓰고, 개인 만족으로 자기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갖고 싶은 분들에게 대필까지 해주는

자비출판사도 있으니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대행서비스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자비출판사를 아예 모른다거나, 흔히 아는 기획 출판으로 알고 계약을 하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자비출판인지, 기획출판인지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마무리 

책임감 있는 에디터와 작가를 존중하는 출판사를 만나는 건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책임감 없고, 작가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출판사를 거르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방식이 있고,

작가에게는 각자의 철학과 문체가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당신스러운 책을 낼 수 있도록

오래오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도록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저처럼 아프지 않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