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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상자/1인 출판사

[출판 이야기] 출판사와 계약 시 주의사항 - Part 1

by 딥박스 2020. 2. 24.

당신의 원고가 책이 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거나, 자기 손으로 직접 책을 만들거나.

 

전자의 경우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과 유통망의 힘을 빌려 높은 판매량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

출판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인력들이 당신의 책을 위해 머리를 모은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출판사로 투고되는 원고가 무수히 많고, 최근 대형 출판사의 책 제작 방식이

안정지향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어(SNS 스타작가, 대중적으로 검증된 작가, 유튜브 스타 자서전 등)

투고를 통해 출판사의 최종 제작 결정을 받고 계약서에 싸인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첫 원고라면, 책을 내기 가장 어려운 방법이라 생각이 듭니다.

사실 투고되는 원고를 요즘 출판사들이 잘 읽어보는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출판사가 먼저 연락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독립출판으로 스스로 출판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각 출판사 에디터들이 독립출판과 SNS 글스타그램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경로가 되었든 만약 당신에게 출판사 연락이 온다면 해야할 일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출판사 계약서 작성 이후 출간일만 바라보며, 작가는 글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출판사 계약 과정까지 작가가 하게 되는 일들
  1. 출판사에서 연락이 옵니다. 미팅을 가야 합니다.
  2. 미팅에 가면 작가의 글에 대한 칭찬, 기존 독립출판으로 냈던 책에 대한 칭찬을 듣습니다.
  3. 미팅을 통해 향후 출판사와 함께 만들고 싶은 책의 방향성을 의논합니다.
  4.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출간계획서 및 본문 샘플을 작성하고 전송합니다.
  5. 출판사의 에디터와 담당 팀장급, 부장급, 사장단 주간 or 월간회의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습니다.
    (이때 윗선에 의해 커트 당하는 책이 상당수입니다.)
  6. 약 한 달 간의 기다림 끝에 제작 승인을 받으면, 에디터와 출판 계약서를 작성합니다.
  7. 계약서에 적힌 최종 원고 전송일까지 작가는 원고를 씁니다.
    (계약일 기준 보통 6개월 ~ 1년 후에 최종 원고를 전송합니다.)
  8. 원고를 쓰면서 작가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SNS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SNS 전용 글을 써야합니다.
    (작성중인 원고의 일부를 발췌하여 활용하면 효율적이긴 합니다.)
  9. 약속한 날짜에 최종 원고를 발송하고 나면, 얼마 후 에디터의 피드백이 옵니다.
    (원고에 대한 피드백 및 책의 상품성과 완성도를 높일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10. 작가는 에디터와 함께 책의 방향성에 적합한 일러스트 삽화 또는 캘리그라피 등을 고민하고, 최종 결정합니다.
  11. 그 사이 에디터에 피드백에 따른 원고 무한 수정과 책의 컨셉을 위한 무한 아이데이션이 들어갑니다.
    (에디터의 말에 너무 따르면 자신의 색깔을 잃을 수도 있고, 에디터의 말을 너무 안 들으면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서로 잘 조율하며 책을 완성해야 합니다.)
  12. 출판사는 작가와 상의 후 결정한 일러스트레이터 및 책 디자인 회사 등과 계약을 진행합니다.
    이 때 작가의 인맥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인데, 친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있거나, 실력있는
    디자인 회사를 많이 알고 친분이 있을 경우 큰 도움이 됩니다.
    수정에 대한 요청 및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아이디어를 다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위축되고, 생각보다 피드백도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 당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중이었기 때문에 제 쪽에서 다 진행하는 방식이었고,
     이게 큰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13. 모든 작업이 마무리 되면, 디자인 회사로 원고와 일러스트가 모입니다.
    디자이너가 책의 표지와 내지를 디자인하고, 원고와 일러스트를 모읍니다.
    이때 책의 레이아웃의 경우 디자인 영역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자신의 글이 가장 쉽고,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방식을 스스로 고민해보고
    추구하는 스타일과 방향성을 디자이너에게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디자이너마다 워낙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글의 내용 전달보다 신선함과 예쁜 레이아웃에만
    집중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14. 최종 PDF 파일이 나오면 오탈자와 어색한 문장 등 최종 수정을 진행합니다.
    최종 퇴고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때 틀리면 그대로 인쇄가 진행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상당합니다.
  15. 인쇄가 들어가고, 작가는 개인 SNS를 통해 책을 홍보합니다.
    출판사 에디터에게 마케팅 계획을 듣고, 북토크 등의 사전 일정 등을 확인합니다.
    (대부분 신입 작가들에게는 해당이 안 됩니다.)
  16. 책이 출간되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꾸준히 업로드하며 홍보합니다.
    책 판매량, 인플로언서 마케팅 등 출판사 에디터에게 출판사가 진행하는 마케팅과 프로모션 관련 정보를
    꾸준히 확인합니다. (출판사가 내 책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이렇게 많은 일을 하게 되는데,

작가는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2년 동안 한 권의 책을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하지만 출판사 에디터는 당신을 비롯한 수 명의 작가와 출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차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철저히 작가 입장에서 겪을만한 일들을 적어보겠습니다.

 

  • 에디터의 역할을 잘 모르겠다. 나 혼자 만든 책 같다.
  • 에디터의 전반적인 피드백이 늦고, 프로젝트의 진행이 더디다.
  • 에디터가 실질적 플랜이 아닌 두루뭉실한 방향만 제시한다.
  •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자고 하고, 작가의 생각에 컨펌만 하려고 한다.

이는 에디터가 바쁘기도 하지만, 출판사와 에디터 본인에게 있어서 당신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작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전 미팅 때, 직접적인 질문을 해보세요.

"출판하려는 제 책이, 현재 출판사에서 어떤 포지션을 갖게 되나요?"

 

다양성과 실험적인 도전 등을 얘기하거나

신인 발굴의 목적, 매너리즘에 빠진 에세이 시장에 단비 등을 논하면

담당 에디터에게 당신은 공격적인 주식투자와 같습니다. 일종의 도박입니다.

 

출판사 안에서도 기획 도서가 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한 달에 4권을 출간한다고 하면, 1권만 1~2달 마케팅을 몰아주고

나머지 3권은 신간 에세이 코너에 올려지고, 2주~한 달 안에 반응이나 성과가 없으면

버려지는 책이 됩니다.

 

후자의 경우라도,

당신의 책에 충분히 애정을 갖고 끝까지 책임질만한 에디터인지,

당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지, 사전 미팅에서 꼭 확인해보세요.

 

당신은 메인급이 아닌 유망주로서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일수도 있는 정도의 위치입니다.

그래도 너무 상심하지는 마세요. 적어도 제작비 회수는 가능하다는 판단과 정말 잘 될 수도 있겠다는

판단하에 당신을 컨택한 건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에디터가 해야할 역할을 작가 혼자 자신을 갈아넣고 일하게 되면 몸도 마음도 상하지만

작가가 호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패기와 열정을 다 쏟아붓고 에디터는 맞춤법 검사나

대충하다가 출간하게 되면 공과가 애매해집니다.

 

책이 잘 되면 당연히 작가도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건 출판사입니다.

에디터도 적은 공력 투자로 실적을 냈으니, 당분간 승진 걱정과 실적 압박에서 자유로워질 겁니다.

신인 작가의 인세는 8%~10%정도입니다. 요즘 첫 작품으로 1~2만 권만 판매해도 중박은 쳤다고 하는데

작가에게 남는 돈은 1300만원 정도가 되겠네요. 신인 작가이기에 별도의 마케팅 진행이나 자본 없이

자사 SNS 계정 홍보 등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했으니, 출판사는 제작비 및 유통비, 수수료 등을 빼고

약 2600만원 정도를 법니다. 작가는 투잡을 뛰어야 하고, 출판사는 신입 에디터의 연봉을 벌었으니

이득입니다. 그래도 둘 다 이득인 건 확실하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책이 잘 팔리지 않으면, 아무도 책임지는 이 없습니다.

온전히 작가가 감내해야 합니다. 출판사는 돈 몇 푼을 잃지만

작가는 자신의 그 길었던 고뇌의 시간과 새로운 비젼을 만들어 줄 원고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단 기간에 성과를 올리지 못한 당신의 책은 소리소문 없이 그렇게 매대에서 사라집니다.

 

심지어 팔로워 6만 명 이상의 작가임에도 신간이 오프라인 매장에 다 유통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별도의 마케팅 지원을 해주지 않자,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당신의 소중한 원고가 그렇게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길게는 당신의 2년이 사라집니다.

계약서에 해당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이 출판사에 양도 된다는 항목이 대개 기입되기 때문에

어디에 다시 쓰지도 못하고 사라집니다.

 

자신의 목숨과 같은 콘텐츠이지만, 적어도 그 책에 담긴 똑같은 내용으로는

다신 담아낼 수 없습니다. 보통 첫 책에 신선하고 정말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각보다 정말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에게 시간은 고통입니다


당신에게 첫 제안을 한 출판사에게 고마움과 끌림이 느껴지는 건 당연하지만

일단 미팅 이후에 되도록이면 다른 출판사의 제안을 충분히 받아보시거나,

다른 출판사의 제안이 없다고 해도, 여차하면 독립출판 또는 원고 투고 방식 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길 바랍니다.

 

성급한 출판사 계약은 1~2년 동안 쓸 원고의 고사를 지내는 것과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겪은 출판사 계약 파기를 예로 들어

출판사 계약 시 주의사항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