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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상자/1인 출판사

[책만들기] 에세이 출간의 시작, 작가 프로필 구상하기

by 딥박스 2020. 2. 21.

안녕하세요. 딥박입니다.

흔히들 책 만드는 과정을 집짓기에 빗대어 얘기하곤 합니다.

그만큼 단시간에 빠르게 완성할 수 없고, 오랜 기간 동안 차근차근 쌓아 올려나가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신의 이름을 건 에세이에는 남들과 다른, 타 작가와 차별화되는 개성이 담겨 있어야

독자로 하여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고, 경쟁이 치열한 출판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베스트셀러처럼 서점 서재의 넓은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힘이 95% 이상 필요하지만

아주 작은 영역이라도 자기만의 컨셉과 창작 세계를 확고히 한다면 다음과 그 다음의 출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번 게시물을 통해 막연했던 책만들기의 첫발을 내딛는 데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에세이를 출간하는데 탄탄한 기초공사가 될 작가 프로필과 에세이의 주제를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1. 모든 책의 첫 페이지는 프로필

장르를 불문하고 모든 책의 첫 페이지는 책을 집필한 작가의 프로필입니다.

번역서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가가 직접 쓴 짧은 자기소개글입니다.

 

크게 두 가지 방향성이 있는데, 첫째로는 작가의 커리어 또는 필모그라피를 소개하는 방향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명문대 졸업, 대기업 출신, 특정 방송국 PD, 인지도 높은 대표작 등을 소개하며

작가의 자기자랑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자기만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쑥스럽더라도 최대한 많이

어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독자의 대부분은 지은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펼쳐보게 됩니다.

작가 프로필은 책의 첫인상이 되며, 책의 내용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더라도, 명문대 나온 사람과 사회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결실을 얻은 사람에게서

배우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정보 전달을 대표하는 플랫폼이 책이기에 작가의 커리어와 필모그라피는 매우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됩니다.

 

드러내고 싶은 자기만의 강점이 있다면 부끄러워 마시고 일단 쭉 나열해보세요.

 

 

만약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거둔 적이 없다고 해도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다행히 우리가 쓰려는 에세이는 '서울대 가기', '대기업 퇴직한 썰', '베스트셀러된 일대기' 등의 이야기를 다루는 게

아니니까요. 또한 여러분의 상심 속에서도 자기만의 특색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집요하게 본인의 매력을 파고들어 보세요. 만약 책의 주제를 미리 설정하셨다면 주제를 설정하게 된 자신만의 계기와

연관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책의 궁금증과 기대감을 높여볼 수 있습니다.

 

가령 '딥박'의 경우 그저그런 학벌에 대기업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첫 책 앵그리 에세이 '시발점 (Angry Point)'를 집필하려는데 프로필이 참 많이 고민됐습니다.

 

'나 같은 게 글을 쓴다고 누가 읽어줄까?'

 

우리가 서점에서 만나는 책의 지은이들을 쭉 살펴보니 대단한 사람도 많지만

나와 다를 것이 없어서, 더욱 대단해 보이는 작가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도 매력있다 뭐! 흥칫뿡'이라는 생각으로 좀 더 용기를 냈던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강점 또는 특징을 쭉 나열합니다. 저의 경우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 네임드 광고회사는 아니지만 나름 언더독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1등으로 입사
  • 통계학과 전공자인데, 글을 쓰는 나름 조금 특이한 경로
  • 화가 남들의 최소 2~3배는 많을 만큼 화에 있어서 전문가
  • 싫어하는 게 참 많지만, 몇 안 되는 좋아하는 것들은 끝까지 좋아하는 사람

등등이 있었습니다.

제가 쓰려는 에세이의 주제가 '화가 나는 모든 순간들'을 모은 앵그리 에세이였기 때문에

위의 저의 특색들과 책의 주제를 매칭시켜 프로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앵그리 에세이 '시발점'은 화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술집이 아니라

독자에게 화가 나는 순간들을 보여주고, 공감과 재미를 통해 독자의 화를 줄여주는

일종의 유머집 컨셉이었기 때문에 프로필 또한 진지함보다 가벼운 공감과 재미를 주도록

작성했습니다.

 

다음은 그 결과물입니다.

 

 

요약 : 앵그리 에세이를 쓸 만큼 난 정말 화가 많아,

        4,000만 원 투자한 분야를 버릴 만큼 글쓰는 걸 좋아해.

        겉멋 든 감성 에세이가 아니라 쉽고 재밌게 쓰는 사람이야. 

 

모든 책의 첫페이지는 프로필인 만큼 책의 주제에 맞춰 프로필을 작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참고로 위의 시발점은 독립출판으로 1,000권이 판매되었고, 교보문고를 통해 500권 정도 판매가 되어

6개월만에 모두 절판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 말인즉슨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써도,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충분히 읽어주고 사준다는 얘기'입니다.

 

2. 작가 프로필에 적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 (주관주의)

작가 마음인 영역이지만, 작가 프로필은 싸이월드 백문백답이 아닙니다.

제 주관적인 최악의 프로필 몇 가지 예시를 정리했습니다.

 

  • 벨기에 와플과 콜라를 좋아합니다.   -> 프로필 페이지의 클리셰가 되었다. 그냥 싫다.
  • 배우 하정우의 팬이다.  -> 팬심은 알겠지만, 거인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반칙 느낌.
  • 4스날을 좋아합니다. -> 이 책의 장르는 축구가 아닌 감성 힐링 에세이였다.
  • 1988년 8월 30일, 서울 출생 -> 지역주의, 지연 등의 구세대적 발상, 차라리 신비주의가 신선할 것 같다.
  • 웃기고 싶어 환장한 사람 -> 책의 컨셉을 소개하는 건 좋지만, 세상에서 제일 안 웃긴 책처럼 보이는 효과

지극히 주관적인 사례들입니다.

이왕 책의 첫 페이지이자, 책갈피로 오래도록 보여질 책날개에 적히는 만큼

좀 더 소개글의 목적과 의미를 담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3.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저의 두 번째 에세이 '글쎄 (Strong Words)'의 경우 작가 프로필을 구상하던 와중에

목에 담이 와서 엑스레이를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가 이렇게 정직한 일자목은

오랜만에 본다면서 웃었습니다. 제 목 뼈의 모양이 너무 올바르고 웃겨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작업실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삐뚤어진 사랑니도 있었습니다.

그때 프로필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 얼굴 사진보다 엑스라이 사진을 쓰면 신선하겠다. 
  • 글은 나의 내면인데, 엑스레이 사진 또한 내 내면의 모습이다.
  • 올곶은 목뼈와 삐뚤어진 사랑니의 조합이 재밌다.
  • 이번 에세이는 직설적이면서 삐딱한 나만의 시선을 모은 말대꾸 에세이다.

그렇게 작성된 프로필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에 드는 프로필이었습니다.

가장 나답고, 책에 대한 간단한 맛보기 역할, 신선함과 궁금증을 기대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실제 제 책의 후기 중 프로필 페이지부터 마음에 들었다고 해주신 분들이 있는데

이럴 때는 정말 작가 프로필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작가 프로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당신의 매력을 마음껏 어필해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닮은 에세이가 나오는데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