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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콘텐츠 상자/1인 출판사

[1인 출판사] 요즘 에세이의 문제점, 대형출판사와 SNS 작가

by 딥박스 2020. 2. 23.

에세이는 자기의 생각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서술하는 장르입니다.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과 작가가 아닌 일반인에게도 기회가 열려있는 1인출판, 독립출판 시장의 활성화로

에세이는 그 어느 때보다 양적으로 성장한 상태입니다.

 

더불어 이런 에세이 장르의 성장은 대형 서점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교보문고의 연간 베스트셀러 집계 결과에 의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에세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2019년에는 전체 장르 중에서 에세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에세이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에세이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교보문고 종합 100위권 분야별 도서종수 분포/ 정보제공 = 교보문고

 

 

하지만 에세이의 인기몰이와 쏟아지는 에세이들 양적 성장 속에서도

명과 암이 존재합니다.

 

평가보다 감상이 어울리는 장르지만,

수많은 에세이들이 매일 출간되다 보니 때론 수준 이하의 작품들이 출간되면서

독자에게 실망감을 주거나, 저자의 글보다 화려한 일러스트로 도배해 누구의 책인지

구별이 안 되는 에세이, 작가 이름을 지우면 서로 누구의 책인지 구별이 안 되는

아류들이 상당수 늘어나면서 에세이 장르에 대한 불신과 반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야기하는 가장 주된 원인은 대형 출판사의 출간 방식에 있습니다.

원고보다는 SNS 팔로워를, 다양성보다는 유행을, 책의 완성도보다 자본을 활용한 마케팅 경쟁력이

우선시 되면서 '팔리는 책만 팔자'는 경영방침으로 책의 본질을 흐리는 상황입니다.

 

SNS 팔로워 수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경쟁력이며,

SNS를 통해 글에 대한 대중들의 사전 검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는 문제는 SNS 팔로워가 많은 작가들'만' 섭외하는 대형 출판사의

획일화된 출판 기획과 제작 방식입니다. 

그리고 스타가 되기 위해 SNS만 치중하는 인스타그램 작가까지...

 

 

유명 SNS 작가는 어떤 종류가 있나

 

유명 SNS 작가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글로 유명해진 작가 ex) 하xx
  2. 글보다 얼굴을 파는 작가 ex) xxx
  3. SNS 시장이 활성화될 때 진출하면서 선점한 케이스 ex) 글xx
  4. 페미니즘 등의 이슈가 되고 있는 이념과 사상을 다루며 인지도를 높인 작가 

 

1. 글로 유명해진 작가분들은 정말 존경해마지 않으며

오래오래 활동하면서 에세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면 좋겠습니다.

 

2. SNS 작가들에게 상당수 존재하는 유형입니다.

남자의 경우 동그란 해리포터 안경을 쓰고, 하얀 셔츠에 검정 슬랙스 바지를 입고

지드래곤의 장난 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셀카를 올립니다.

그 아래 본문 내용에는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잡더니, 언제 헤어졌는지 모를 연인을

그리워하거나,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사골국물처럼 우려냅니다.

 

여자의 경우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찰스와 스누피 사진을 도용하고, 유일하게 유료 결제한

자막 폰트를 활용해서 일상적인 대화글을 올리거나, 친구가 카페에서 찍어준 설정샷을 올리고

그 아래 본문 내용에는 갑자기 우울한 분위기를 잡더니, 언제 헤어졌는지 모를 연인에게 받은 상처와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또또또 사골국물처럼 우려냅니다.

 

대부분의 감성 에세이와 힐링 에세이를 양산하는 인스타 감성 문장들의 공장장입니다.

현재 에세이 중에서도 주류가 된 감성 에세이의 열풍을 주도한 작가들로

에세이 장르라고 하면 질색을 하는 다독가들의 주요 불만의 원흉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유형의 작가들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스타일의 작가들 책이 유행되고 높은 판매량을 보이니

이를 고민없이 흉내내는 무수한 아류들과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글에 대한 검증없이 막무가내로 컨택해 몇 달만에 책을 찍어내는 몇몇 대형 출판사들 만행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자본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독자의 무분별한 소비 형태도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익숙한 글
정말 멀리하고 싶은 글, 이들의 글을 이렇게 올려봤자 다 똑같은 글을 써서 서로 자기 글인 줄도 모름.

 

 

3. 이런 유형의 작가분들은 2번의 실질적 롤모델이기도 했으며

현재는 초창기 써놓은 글들의 조사와 단어 몇 개를 수정하면서 고인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워낙 두터운 팬층을 선점하다보니, 신작은 전작과 구분이 되지 않으며, 좋은 글보다는

언제까지 갈지 모를 자신의 인기를 최대한 자본으로 치환하기 위해서 1인 출판사를 만들거나

강연 위주의 활동, 상담 및 정기 구독 서비스 등을 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적 창조력과 매우 바쁘게 산다는 점, 특히 10년전부터 SNS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빠르게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인정합니다.

다만 매번 똑같은 글과 예쁜 단어의 나열들로 대충 쓴 티가 나는 책으로 기존의 인기를 재탕하려고만 할 때

참 많이 실망스럽습니다.

 

4. 3번 유형이 플랫폼의 시장성을 빠르게 파악했다면, 이 유형은 이념과 갈등 등 사회적 이슈의 시장성을 빠르게

파악한 유형입니다.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니

작가의 순기능을 하는 유형이라 생각됩니다. 이념적 갈등 사이에서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작가들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입니다.

다만, 이념적 이슈에 편승해 얕은 술수와 입바른 소리로 쉽게 돈을 벌려는 일부 작가들과

자신의 떨어지는 글감과 지지부진한 창작 활동을 이슈로 대체하려는 기회주의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자신의 작품보다 뉴스를 통해 진보진영의 비공식 대변인을 자처하는 분이나, 출간한 책 3권 모두 똑같은 일상 얘기를

반복하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으니 뜬금없이 '페미니즘'을 공부를 한다는 일상샷을 주기적으로 올리는 작가를 보면

세상 어느 분야에나 기회주의자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단순히 SNS에 팔로워가 많아서 그들의 일기를 엮어 낸 에세이들보다

  • SNS 계정없이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난 뉴페이스
  • 기존에 없던 주제와 이야기를 하는 팔로워 꼴랑 200명의 작가
  • 셀카 한 번 올리지 않고 글로만 팔로워를 모은 진성 글쟁이
  • 출판사 에디터의 구석구석 탐방으로 찾아낸 숨은 진주
  • 에디터들이 자신만의 선별력과 촉으로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과도한 실적 압박을 지양하는 대형 출판사의 선진 경영으로 만들어진 에세이 

 

잘 팔리는 똑같은 책만 찍어내려는 출판사와

좋은 책을 만들려는 에디터에게 실적 압박과 수직적 소통 방식으로 안정적 선택을 강요하는 출판사 윗선들,

당장의 인기와 수익에 눈이 멀어 글을 게을리하는 무늬만 작가들이

까다롭고 똑똑한 독자들에 의해 심판받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를 비롯한 많은 작가들의 피나는 노력과

좋은 책을 찾기 위해 황금선반에서 한 발자국 더 멀리 나가보는 독자들의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상, 그날을 믿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